내가 아끼고 사랑하는 것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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내가 아끼고 사랑하는 것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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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시로 보는 세상 141> 고운기 "익숙해진다는 것"

오래된 내 바지는 내 엉덩이를 잘 알고 있다.
오래된 내 칫솔은 내 입 안을 잘 알고 있다.
오래된 내 구두는 내 발가락을 잘 알고 있다.
오래된 내 빗은 내 머리카락을 잘 알고 있다.

오래된 귀가길은 내 발자국 소리를 잘 알고 있다.
오래된 아내는 내 숨소리를 잘 알고 있다.

그렇게 오래된 것들 속에 나는 나를 맡기고 산다.

바지도 칫솔도 구두도 빗도 익숙해지다 바꾼다.
발자국 소리도 숨소리도 익숙해지다 멈춘다.

그렇게 바꾸고 멈추는 것들 속에 나는 나를 맡기고 산다.

 

 
   
  ^^^▲ '수세미 오이'
ⓒ 우리꽃 자생화^^^
 
 

요즈음 사람들은 대부분 낡고 오래된 것들보다는 새로운 것들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. 또한 그 새로운 것을 자기 것으로 만들고도 디자인과 색깔만 약간 바뀐 또다른 것들이 나오면 이내 싫증을 내고 맙니다.

새롭다는 것과 오래됐다는 것. 그 차이는 어디에 있을까요. 아니, 과연 이 세상에는 인류가 예전에 보지 못했던 그런 새로운 것들이 있기나 한 것일까요. 제 말은 그 새롭다고 느끼는 것들의 본질까지도 달라졌느냐는 그 말입니다.

우리는 흔히 이런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. 유행은 돌고 돈다는 그 말. 그렇습니다. 우리가 늘 새롭다고 느끼는 모든 것들은 실상 예전에 모두 있었던 것들입니다. 양복 하나만 하더라도 불과 몇 십년 주기로 예전 그 디자인과 색상이 그대로 반복되고 있으니까요.

시인은 말합니다. 나를 잘 알고 있는 것들, 그리고 내가 익숙해진 것들에게 나를 맡기고 산다고. 나와 함께 오래 같이 생활한 것들이야말로 나를 가장 잘 알고 있는 것들이라고. 그렇습니다. 우리는 지금까지 우리가 아끼고 사랑하는 모든 것들을 너무 쉬이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.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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